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Publish date: 2024-12-25
Tags: 시사 유시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7094902

감상

2024.12.30

“화염병 들고 바리케이드로… 노무현에 대한 반칙 응징하겠다”[인터뷰] 유시민의 ‘시민선언’… 내가 절필한 이유

유씨는 “그라운드(정치판)에서 선수들이 반칙을 하는데도 심판이 제지하지 않는 불공정한 게임이 지속되고 있어 해설을 때려치고 그라운드의 룰을 세우려 운동장에 뛰어들려고 한다"며 비유적으로 ‘절필 이유'를 설명했다.

2002년 유시민은 절필선언을 하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우리 사회는 좋은 해설가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는 많은 미움을 받게 될 것이 뻔했으므로 나는 아쉬움이 컷다. 2013년 ‘어떻게 살 것인가'로 다시 전업 작가로 복귀했을 때 반가웠다. 그가 정치인이 아닌 작가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처럼 시사 주제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고 지식을 넓혀주는 유익한 책도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그런데 ‘시사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독자로서의 내 취향에 아주 맞지는 않다. 유시민의 책 중에는 저자의 개인사와 ‘자아'가 많이 들어나는 내용이 많다. 역사나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담백하게 사실을 엮어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글을 나는 좋아한다. 시사 작가 중에서는 강준만의 서술 방식이 내 취향에는 더 맞기는 하다. 물론 강준만 작가의 모든 글에 공감을 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제목부터 대놓고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고 시사 도서에 대한 내 기대와는 맞지 않을듯했다.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더 궁금한 책이 많았기에 구매하지는 않았었다. 최근 2024년 12월의 시국을 예언한 책이라는 소문을 듣고 뒤늦게 읽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유시민의 윤석열에 대한 개인적인 평을 담은 책이다. 두괄식으로 악플에 가까운 비난을 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논리적인 구조로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24년 12월 시점에서 볼 때는 정확한 분석이 많다. 전두환과 윤석열이 유사점이 많다는 문장은 섬뜩하기도 하다. 예리한 예측이 담겼다고 이 책을 의미부여하게 되어서 안타깝다.

1984년 유시민이 항소이유서 마지막에 쓴 문장이 떠오르는 2024년의 마지막이다.

인상 깊은 단락

p7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것은 코끼리의 잘못이 아니다. 거기 들어가게 한 사람들이 잘못헀다. 국민의 힘 정치인과 당원, 윤석열ㅇ르 공정과 상식의 화신인 양 찬양했던 언론 종사자, 거짓 기사에 속아 표를 준 유권자들은 남들보다 큰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p9

역사는 나쁜 때가 지나면 좋은 떄가 온다고 말한다. 그 격려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희망은 힘이 쎄다.

(추가 정보)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했던 연설의 마지막 문장도 ‘희망은 힘이 쎄다’ 였다. 김근태 전 의원이 쓴 산문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p26

국가는 추상적인 존재다. 정부도 그렇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정부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감상) 회사도 그렇다.

p30

윤석열도 비속하다. 주체적으로 사유하지 않는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법이 없다. 자기 객관화도 자기 성찰도 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과 욕망이 명하는 대로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언어가 없다.

(감상) 근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이 문장을 봤다면 뉴스를 많이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친절하거나 감정적인 평가가 아닐까 생각했을 듯 하다. 2024년 12월 3일 이후의 대통령의 기자회견 등이 이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 큰 비극이다.

p37

나는 어느 시민의 블로그에서 본 문장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의도하지 않았ㄷ너 오류에 대해 죽음으로 책임진 사람.’ 이 해석이 노무현의 선택을 모든 면에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받아들였다.

p55

유권자 이동성은 적당한 수준이라야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담들이 이념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쟁하다. 기존의 정책을 무작정 고집하지 않고 민심을 살피면서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인다.

p73

요약하면 우리나라 유권자의 이념 성햐은 보수:진도:중도가 3:3:4 정도 된다. 투표를 하지 않는 무관심층을 제외하면 3:3:2다. 지난 대선 때는 중도층이 이재명과 윤석열로 반씩 쪼개졌기 때문에 투표율 78퍼센트에 득표율 0.7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났다.

p76

헌법과 법률을 보면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타툴 여지가 엇다. 정당의 대의기관과 집행기간은 국민이 아니라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 국민의 총의를 반영해야 하는 조직은 정당이 아니라 국회와 대통령을 비롯한 헌법기관이다.

(감상)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의 지도부가 주인처럼 보인다. 그로인해 국회의원 개개인의 판단력과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p82

이준석은 박근혜 비대위를 통해 정치에 발을 들였고 박근혜가 도입하고 발전시킨 공화정 덕분에 당 대표가 되었다.

p122

김어준은 편파적이다. 하지마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공정하다.

(감상) 김어준이 딴지일보시절부터 하던 표현을 그대로 옮긴 문장이다. 공정한 ‘과정'은 어떤 것일까? 현실 인식도 그 과정에 포함한다면 나는 김어준의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어준이 18대 대선에 대한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과거가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든다.

꼭 언론이 공정해야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 소비자가 여러 언론을 보거나 편향성을 감안하고 해석을 해야겠다. 사안에 따라서 공간할 수 있는 언론사가 그때그때 달라질 수도 있다.

p142

하지만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과격하게 삭감하면서 의대 입학 정원을 과격하게 늘리면 우수 인력의 의대집중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p145

윤석열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폭력으로 해산하지 않았다. 반정부 인사를 불법 구금하거나 고문한 적도 없다.

(감상)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으면 한다. 그런데 출판 시점의 상황과 의견을 담은 책이라 개정판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이미 한번 개정판을 나온 ‘나의 한국 현대사’ 다음판으로 2024년 12월이 기록될 수는 있겠다.

p154

윤석열은 전두환과 비슷한 데가 많아서 평행이론이 나올 만하다. (중략) 둘 모두 야당을 불순세력이라 여기며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옮다고 확신한다.

p158

생방송 텔레비전 통해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전두환 신군부의 정치군인과 비슷하다고, 윤석열이 검찰권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쿠데타를 벌인다고 비판했다.

(감상) 윤석열과 전두환의 유사점에 대한 설명인데, 12월 내란 사건으로 더 명확해졌다.

p162

1963년 퓰리쳐상을 받은 역사학사 호프스태터(Richard Hofstadter)가 ‘미국의 반지성주의(Andti-intellectualism in American Life’(유강은 옮김, 고유서가, 2017)) 제1장 ‘우리 시대의 반지성주의'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이념이 아니라 감정과 태도의 복합체다. 어떤 말로 정의하든 반지성주의가 반드시 포함하는 요소가 잇다. 고귀한 가치나 이상을 추구한느 삶의 태도를 의심하고 경멸하고 혐오하는 감정, 비파적 지식인을 배척하는 태도다.

p167

널리 인정되는 견해에 따르면 과학은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물질의 증거와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논리의 규칙에 따라 생각하고 추론함으로써 대상의 실체에 다가가는 태도가 과학이다.

p213

박근혜를 탄핵할 만한 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명박과 보수정권에 대한 공분이 민중의 가슴에 깔려 있지 않았다면 탄핵요구 촛불집회가 그토록 격렬하게 불타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p221

조국은 검찰총장 윤석열이 자신에게 적용했던 법률을 대통령 윤석열과 그 수족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증명하려고 한다.그 목표를 성취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존재의 자격을 확인하려고 한다.

(감상) 회사에서 조직장과의 분쟁을 하고 있는 지인이 본인의 ‘존엄성(Dignity)‘를 위해 싸운다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난다.

p226

정당은 강력한 욕망을 품은 이들이 모이는 조직이다. 굳건한 대의로 제어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작은 정당은 개별적 용망과 충동을 화산처럼 내뿜고 제풀에 주저앉는다.

p244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드라다. 누가 옮은지 가릴 방법은 없다. 그런데 정부는 하나뿐이다. 이념의 다양성은 정부의 단일성과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민주주의는 그 충돌을 해소하고 완화하는 방법과 절차이다.

p265

협치 아이디어를 설명하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윤석열은 다 듣기도 전에 격노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남의 머리를 빌리지도 않으니 그 길을 갈 수 없다.

p268

윤석열은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가 아니다.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탈취하거나 폭력으로 국회를 해산하지 않았다. 비판하는 지식인을 납치해서 고문하지 않는다.

(감상) p145와 중복되는 내용이다.

p275

생물학의 법칙도 물리법칙에 비하면 확실성이 덜하다. 하지만 인묵학보다는 낫다. 대결 노선을 밀고 나가면 윤석열을 틀림없이 고블린과 같은 결말을 맞는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