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Publish date: 2012-07-16
Tags: 시사 미국 barbara-ehrenre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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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2022-08-28

거의 10년만에 스캔해 둔 이 책을 다시 펼쳐봤다. ‘아임인'을 읽다가 이 책에서 언급한 ‘주술적 사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 읽어봐도 감명깊다. 그 당시 스쳐지나갔던 문장들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다만 최근 코칭교육 등을 접했는데 이 책에서 비판한 신비주의, 주술적인 요소가 있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 코칭이나 긍정심리학 쪽도 발전했거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혹은 미국보다 그런 경향이 덜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고 기후 위기가 더 현실로 드러나는 현시점에서 인류는 더 긍정적인 사고의 함정을 경계해야겠다.

2012-12-21

나혼자 뽑아보는 올해의 책. 많은 자기계발서나 동기유발교육의 내용을 한발짝 물러서서 보게 해준다.

인상적인 내용은..

  1. ‘스크릿'류의 책에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이상한 공식들은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주술에 가깝다
  2.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는 구조조정이 한참이던 시절, 기업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였다
  3. 긍정주의의 기원은 즐거움을 죄악시하던 칼뱅주의의 반동이였다는 사상의 역사
  4. ‘긍정주의'를 강조하며 상업화 되는 미국교회 분위기..

저자 개인의 경험과 역사적 맥락, 현재 사회에서의 시사적인 분석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서 재미있고, 날카롭기도 하다.

인상 깊은 단락

p22

행복을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이 더 잦은 것으로 단순하게 규정한다 해도, 행복하냐는 질문은 여러 가지 기분과 요소를 일종의 평균치로 답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p26

주요 종교의 지도지들, 특히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은 미국인이 신의 선택을 받은 국민이며 미국이 세계의 지도자가 될 운명이라고 역설하면서 자만심을 부추긴다. 이런 선민의식은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p28

초기 자본주의가 긍정적 사고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반면에 후기 자본주의, 곧 소비자 자본주의는 긍정적 사고와 훨씬 죽이 잘 맞았다. 소비자 지본주의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개인의 욕구와 ‘성장'이라는 기업의 지상 과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긍정적 사고는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낙천성이 물질적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개인의 책임을 가혹하게 강요하는 것이 긍정의 이면이다 당신이 경영한 기업이 도산하거나 당신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은 당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며,성공 필연성을 굳게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p54

작가로 변신한 한 생존자는 유방암이라는 선물을 계시적인 힘의 발현으로 해석했다 그녀는 암이 준 선물(The Gift of Cancer)이라는 책에서 “암은 진정한 삶으로 가는 차표다. 암은 진정한 뜻에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으로 가는 여권이다”라고 썼다 이런 말을 듣고도 살아 있는 암세포를 몸에 주입하고 싶다는 미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 말은 어떤가? “암은 당신을 신에게로 인도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암은 당신을 신성과 연결시켜준다”

p60

긍정적인 생각이 면적 체계를 활성화 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

우리는 그런 주장을 너무나 자주 접하기 때문에 면역 체계가 무엇인지, 감정에 의해 면역 체계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면역 체계가 암과 싸운다 치면 어떻게 싸우는 것인지 잠시도 생각해 보지 않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후에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 설명한다. 면역체계가 암세포와 싸운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p78

기업은 동기 유발 강사를 초빙하는 한편, 해고되어도 불평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 같은 자기계발서를 무료로 배포해 긍정적 관점을 의식적으로 주입하려 한다.

p85

일찍이 카네기는 ‘공학과 같은 기술적인 분야에서도 재정적 성공에서 기술적 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 85퍼센트는 인간공학 기술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p96

운동선수가 아닌 사람들에게도‘코칭'이라는게 필요하다는 관념은 1980년대에 기업들이 사내 강연회에 스포츠 코치를 강사로 부르면서부터 퍼졌다. 많은 영업시원과 매니저들이 학창시절에 스포츠 활동을 했기 때문에 축구 경기장의 결정적인 순간을 예로 드는 강사들의 이야기가 잘 먹혔다.

p98

코칭업계와 ‘시크릿'같은책에서 볼 수 있는 형이상학은 전통적인 주술 기법, 특히 ‘공감 주술(sympathetic magic)’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공감 주술은 끌어당김과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데, 주물이나 부적(흑마술에서는 바늘이 꽂힌 부두 인형)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간주된다. 긍정적 사고에서는 원하는 결과의 이미지가 정신을 집중시키는 내면적 부적이 된다.

p101

‘진동’, ‘자성'의 표현을 쓴 자기계발서

p113

미국인들은 지리적 환경에 지극받아 긍정적 사고를 창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를 추구한 끝에 긍정적 사고에 가닿게 되었다.

백인 이주지들이 뉴잉글랜드로 들여온 칼뱅주의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우울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학자 앤 더글러스(Ann Douglas)가 썼듯, 칼뱅주의의 신은 천적으로 무지막지한 신이었으며 자신의 창조물에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드러내는 전능한 존재였다.

p115

신학과는 무관하게 칼뱅주의의 몇몇요소들은 20세기 후반에도 미국에 남아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중상류층은 바쁜 것 그 자체를 신분의 표지로 여겼다.

과로를 미덕으로 여기는 풍조가 어느덧 종교적 경지에까지 달했다. 교수들은 부담이 중첩된 탓에 미칠 지경이라고 자랑스레 떠벌렸다.

p121

오늘날의 만성피로증후군이 그런 것처럼, 당시에도 신경쇠약은 진짜 병이 아니라 관심을 얻고 잡일과 사회적 의무에서 면제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심을 샀다.

p123

1940년대에 벤자민 스폭(Benjamin Spock)의 ‘관용적’ 육아법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훈련과 교정이 필요한 야만인으로 여겼다.

p132

옛 칼뱅주의와 새로운 긍정적 사고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연속성은 양쪽 모두 자기반성이라는 부단한 내면적 과제를 강조한디는 점이다. 칼뱅주의자들은 느슨함, 죄악, 방종함의 징후를 찾기 위해 스스로 감정을 감시했다. 한편 긍정적 사고에서는 분노나 의심과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경계한다.

p146

긍정적 사고는 고용주의 손에 의해 19세기의 주창자들이 짐작도 하지 못했을 용도로 바뀌었다. 떨치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통제를 위한 수단, 더 높은 실적을 내라고 들들 볶는 자극제가 되었다.

p150

이 회사가 실적이 저조한 영업사원을 벌주는 방법으로는 머리에 달걀 던지기, 얼굴에 거품 크림 뿌리기, 강제로 기저귀 채우기 등도 있었다.

p153

음악이 쾅쾅 울려 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일어서서 구호를 외치거나 몸을 흔들면 어쩔 수 없이 거기 끌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짧은 순간 고양감을 맛보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거대한 무엇의 일부분이 된 느낌도 받는다. 동기 유발 강사가 (그리고 이벤트 연출자도) 종종 청중을 자리에서 일으켜 구호를 외치게 하거나 춤을 추게 하는 것도 사람들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p158

비즈니스위크는 1999년에 “아직도 의사 결정 지도(decision tree)나 5개년 계획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20년 전의 시장과 달리 오늘날의 정보 및 서비스 중심 경제에서는 즉각적인 의사 결정이 전부다"라고 지적했다.

p160

이런 흐름을 두고 한 자기계발서는 “기업이 신비주의자들로 가득 차 있다. 진정한 신비주의자는 수도원이나 성당이 아니라 임원실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고 지 적했다.

p161

숫자를 다루던 전통적인 경영 컨설턴트들은 톰 피터스나 앤서니 로빈스처럼 경영의 대가를 자처하는 이들, 구식 긍정적 사고 묘약의 성분을 강화해 활기찬 연출로 청중을 벌떡 일으키는 잘 팔리는 유명인들에게 밀려났다.

p164

동기유발 산업은 이런 새로운 현실울 교정할 수 없다. 동기유발 산업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고치라고 제안하는 것뿐이다. 기업 구조 조정은 환영해야 할 즐겁고 진보적인 변화이고, 실업은 스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이며, 새로운 ‘승리자’ 집단은 격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p167

다운사이징 선전의 고전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1000만 부가 팔렸는데 기업에서 뭉텅이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 준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독자의 손에 들어갈 기능성을 염두에 둔 듯 94쪽밖에 안 되는 얇은 두께에 활자도 큼지막하고, 어린이용 책에 적합한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p211

긍정심리학자들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지 않으며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준다고 장담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들은 부에 경멸감을 품고 있으며(학계에서는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행복이라든지 건강 같은 더 고상한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

p222

하지만 셀리그먼은 방정식을 선호했다 방정식을 제시하면 과학처럼 치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빨리 과학이라는 외양을 갖추기를 원했고 그래서 단순 합산이라는 방식을 취했다. 책에 방정식이 나와 있으면 무게가 더해질 뿐 아니라 수학적 엄정성을 갖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셀리그먼의 경우에는 그를 오즈의 마법사처럼 보이게 할 따름이 었다.

p224

긍정적인 사람이 직장에서 유리한 현상에 대한 해석

이 문제와 관련해 에드 디너가 공동 필지로 참여한 ‘빈번한 긍정적 정서의 이점 행복이 성공을 이끄는가?(The Benefit of Frequent Positive AHEct: Dose Happiness Lead to Success?)‘라는 논문이 널리 인용되고 있는데, 기업의 편견에 대한 부분은 쏙 빼놓아 결과적으로 그 문제를 용인한 셈이 되었다.

p236

결국에 행복이란 것은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만족감으로 측정되는 만큼 이무래도 유복한 사람들, 사회 규범에 순응하는 사람들, 신앙을 위해 판단을 삼간 사람들, 사회의 불의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그런 심리상태에 근접하기 더 쉽다.

p249

1979년에서 2007년 사이에 미국 최상위 1퍼센트 가계의 세전 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에서 점하는 비율은 7퍼센트 포인트 증가해 16퍼센트로 늘어난 반면 하위 80퍼센트의 비중은 7퍼센트 포인트 감소했다 데이비드 리어나드(David Leonhardt)가 뉴욕 타임솩에서 지적한 대로, 하위 80퍼센트에 속하는 기구가 매년 7000 달러짜리 수표를 써서 그걸 상위 1퍼센트에게 보내주는 셈이다

p261

평균적인 일반 직원과 CEO가 받는 보수의 비율은 1965년 1 대 24에서 2000년에는 1 대 300이 되었고, CEO와 2인자 및 3인자의 보수 격차도 더 확대되었다.

p271

지금까지 이루어진 인류의 지적 진보는 우리가 사물을 자기 감정의 투시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장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파악하려 했던 오랜 투쟁의 결과다. 천둥은 하늘의 분노가 아니고, 질병은 신이 내리는 벌이 아니며, 마법이 사고나 죽음을 초래하는 게 아니다.

p274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의 말

“암과 싸우는 사람에게도 내란에도 아니면 그저 직장 내의 문제에도 요즘에는 긍정적 사고를 성공의 열쇠로 심지어는 비밀로 제시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열쇠는 부정적 사고다 실패를 의식하고 때로는 예상하기까지 하는 부정적 사고 말이다”

p276

빙하가 가라앉고 빚이 쌓여 온 지난 수십 년 동안 긍정적 사고라는 유력한 사회적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고립되고, 비웃음을 사고, 부정적 생각에 완고하게 집착하는 것을 극복하라는 말을 들었다. 미국의 경우 빈곤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거론히는 것은 미국의 위대함을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경제적 폭력에 대한 불평은 희생자의 위치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의 징징거림으로 조롱당했다.

p279

긍정적 사고는 끊임없는 경계의 필요성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경계의 방향을 내부로 돌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사고는 지붕이 무너지거나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하지 말고 그런 부정적인 예상 자체를 경계해 쉼 없이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결국 긍정적 사고는 자신이 밀어낸 칼뱅주의와 정확히 똑같은 정신 수련을 사람들에게 부과한다.

p281

당시 번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들먹이며 “쓰나미와 같은 재난은 그에 맞는 진동수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 고 말했다.

p282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현실적이며. 자기몰입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행동을 취해야만 없앨 수 있다 제방을 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고, 치료제를 찾아내고, 긴급 구조 요원들을 강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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