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Publish date: 2025-04-29Tags: 가치관 산문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4021119 )
감상
2025-05-01
최근 장례식장에 다녀온 일이 있는 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도 언급한 드니블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처럼,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내 삶이니 더 소신있게 살아야겠다는 용기도 얻었다. 김영하 님은 작가가 인생에 한번 밖에 쓸 수 없는 책을 너무 일찍 세상에 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 독자로서는 지금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첫째 유현이의 이름은 소설가 정이현, 둘째 유하의 이름은 김영하의 이름에서 따왔었다. 작가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인상 깊은 단락
p29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p31
저 3원칙에 ‘로봇’ 대신 아이’를, ‘인간’ 자리에 ‘부모’를 넣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한창 사춘기였던 그 시절의 나는, 부모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부모의 지시를 따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p61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돌며, 함께 추는 왈츠와 닮았다.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도 함께 돈다. 기대의 동작이 크면 실망의 동작도 커지고 기대의 스텝이 작으면 실망의 스텝도 작다. 큰 실망을 피하기 위해 조금만 기대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과연 그 춤이 보기에도 좋을까?
p68
제사는 산 자 들이 정색하며 공연하는 한 편의 연극이며 주제는 기억이다.
p102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p112
청소년기에 조선의 천주교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감정
그런데도 하나 같이 기쁘게 고문과 처형을 받아들였다는 대목에서는 인간 정신의 어떤 불가해한 영역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을 굳게 믿기만 한다면, 인간은 그 어떤 잔혹한 고통이라도 견딜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것을 그때 처음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p118
내가 기꺼이 견디고자 할 의미 있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p124
김중식 시인의 2018년 시집 ‘울지도 못했다’ 중
후회 없는 삶은 없고 덜 후회스런 삶이 있을 뿐
p125
형이나 누나가 없던 것도 불리했다. 그런 아이들은 손위 형제들을 통해 또래보다 더 빨리 비틀스를 알았고, 레드 제플린을 들었고, 귀동냥으로 들은 하드록의 계보를 줄줄 외웠다.
p143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
p173
혹시 반복되는 꿈이란 더이상 꿈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 다른 생의 흔적일까?
p187
그럴 때, 내 눈앞의 세계는 단순한 현실이 아니라 내가 하마터면 살 수 있었을 n개의 인생 중 하나로 보인다.
p188
앤드루 H 밀러, ‘우연한 생’ 29쪽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에 나쁜 결과와 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략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찰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p190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텍트’에 대한 언급
p192
comments powered by Disqus내가 다른 삶을 상상하거나 거기에 매혹되는 이유는 어쩌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불가역한 시간이라는 개념에 익숙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여기에서 벗어난다면 좀더 편안하게 미지의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미래에서 보이는 과거일 테니까. 이미 일어난 일인데 내가 아직 모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