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Publish date: 2018-01-17
Tags: 소설

인상 깊은 단락

p50

늙는다는 건 육체가 점점 액체화되는 걸 뜻했다. 탄력을 잃고 물컴해진 몸 밖으로 땀과 고름, 침과 눈물, 피가 연신 새어나오는 걸 의미했다.

p173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p214

스쳤지만 탄 거야. 스치느라고, 부딛쳤으면 부서졌을 텐데. 지나치면서 연소된 거지.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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