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다

Publish date: 2026-08-08
Tags: 소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4755366

감상

2026-08-08

슬픈 이야기.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인상 깊은 단락

책 내지

사람들을 진정으로 묶어주는 것은 고통이다.

p190

영화 컨텍트와 테드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

p214

희미해진 혹은 익숙해진 고통에 자신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트라우마를 통해 성장했단느 따위 말을 지껄이게 될거라 생각하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p215

아니, 아니, 나는 이 고통을 기록해둘 거야. 이 희생을 치르고 내가 얻어야 할 성장 같은 건 없다고, 나는 누구의 뇌종양에도 결코 감사하지 않으며 신경교종이 존재하는 세상을 찬성하지도 않는다고 정확히 써놓을 거야. 그는 문학과 저널리즘에 종사한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에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잘 알았다.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니, 그 얼마나 대단한 나르시시즘이냐. 그냥 몸부림쳐라.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러라. 먹은 걸 다 게워 낼 때까지 토하고 울어라……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합리화보다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욥을 괴롭힌 신의 이야기가 차라리 더 낫다. 부조리한 사건을 하찮은 이성으로 납득하려 들지 마라. 차라리 다른 부조리에 의지해라, 세상에 부조리가 꼭 한 종류는 아닐지도 모르니까. 거대한 부조리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거대한 부조리일지도 모르니까.

p221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죽기 때문에 신을 발명한 것이다. (중략) 기적을 주관하는 존재가 절실해서.

p224

그는 그 하늘 아래서 몸을 비틀며 펑펑 울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천변 도로에 우두커니 선 채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신의 신, 고통의 신께 기도를 올렸다. 아내가 의식을 되찾게 해달라고, 예전의 총명함과 활기와 기억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아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그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 하지만 고통의 신은 그런 은총은 베풀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의 신은 기복을 거부하는 신인지도 몰랐고, 반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온 주제에 이제 와서 복을 비는 것도 부끄러웠다. 그는 다른 것, 복이 아닌 것을 빌었다. 욥이 걸렸던 피부병 대신 신경교종에 걸리기를 빌었다. 자기 뇌에서 종양이 자라나기를 바랐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