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Publish date: 2018-10-13
Tags: 소설 인류

감상

2018.10

소설과 영화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소설은 논문 인용 등이 많아서 영화보다는 학술적인 느낌이 든다. 작가가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위해 본인의 연구과 주장을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인아는 그리 예쁜 외모는 아니라고 묘사했는데, 영화에서의 손예진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그런 차이가 어쩌면 영화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들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영화가 더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된 아쉬움도 있다.

인상 깊은 단락

p24

컴퓨터는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확실히 나오잖아요. 인문 사회 계열 공부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더 좋아할걸요? 그쪽 공부는 심하게 말하면 그냥 뜬구름 잡는 얘기잖아요.

p30

“그런 낭만적 사랑이 존재하며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건 겨우 2백 년도 되지 않았어요. 그동안 지구상에서 일생을 보낸 수십억 명의 사람들 중 정말 그렇게 산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p63

“나이가 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모든 게 간단해지는 것 같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면 그만이거든. 마찬가지로 누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해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p67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개방성

혼전 섹스가 흔했고. 유부남, 유부녀들도 프리섹스를 했지.

p68

“.. 알고보면 우리나라는 프리섹스의 나라였다고. 우리 조상의 빛나는 얼이 억압 속에서도 이루어 낸 일이야. 오늘에 되살리는 건 당연한거 아냐?”

p85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행복하게 사는 게 좋잖아.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작은 피해와 내 행복이 부딪치게 되다면 나는 내 행복을 택할꺼야. 내 인생을 그 사람이 대신 살아 줄수는 없잖아. 이기적이라고 하겠지만 하는 수 없어. 그 반대로 내 자신의 작은 피해와 다른 사람의 행복이 부딪히면 나도 그 피해를 감수할꺼야.”

p130

“그 사람을 알면 알수록 나를 알게 되는 것 같아. 그 사람도 마찬가지고. 어떻게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알게 되는 나에 대한 사랑인지도 몰라. (…)”

p132

그녀가 가해자이고 내가 피해자라는 것이 명백한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왜 내가 가해자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모를 일이었다.

“머독이라는 인류학자가 그랬어. 전 세계에 있는 각기 다른 인간 사회 238곳 가운데 일부 일처제를 유일한 결혼 제도로 채택하고 강요하는 사회는 겨우 43곳뿐이라고.”

p133

“포드라는 인류학자도 185곳의 인간 사회를 조사했는데 그중에서 겨우 29곳만이 공식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어.”

p157

(재경)“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폴리아모리, 다자간 사랑이라는 건데요, 독점욕이나 질투심을 버리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다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p164

나는 바람피우는 것을 심각한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지만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먼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아무리 나 혼자 바람피우는 건 심각한 일이라고 말해 봤자 허공에서 맴돌 뿐이다. 내 아내에게 바람을 피우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내 문제를 상의할 사람은 없다. 아내는 세상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고민을 내게 던져 주었다. 나는 고립되었다.

p172

요한 그루이프는 이렇게 말했다. “스피드는 종종 통찰력과 혼동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뛰기 시작하면 내가 빠른 것처럼 보인다.”

p180

합류적 사랑이란, 기든스에 의하면, “자기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 보이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고 사랑의 유대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이루어 가는 것이 합류적 사랑이다.

p213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거라도 잘 해야한다. 아내의 입에서 “그만!“이라는 소리가 매번 나올 수 있도록.

p214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와 마크벨리스는 80퍼센트 이상의 정자가 여성의 질과 자궁 등에 있는 다른 남자의 정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죽이는 역할을 하며, 20퍼센트 미만의 정자는 다른 남자의 정자가 난자로 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 베이커와 벨리스의 연구는, 그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부일처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종의 동물들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이 일부일처제는 인간 고유의 생물학적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p239

이혼의 범람은 결혼의 전통적인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연속 결혼, 할부 단혼으로 표현되는 시리얼 모노가미란 일부일처는 일부일처이되 평생 동안 여러 명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일부일처제를 의미한다. (…) 이미 서구에서는 시리얼 모노가미의 형태가 순수한 모노가미를 압도했다고 한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은 자녀 문제에 관한 한 시리얼 모노가미보다 폴리가미가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p240

어떤 통계에 따르면, 비록 인터넷에서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확한 통계지만, 30대 주부의 40퍼센트 이상이 다른 애인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외도 문제에서 자유로운 부부는 얼마되지 않는다.

p311

놈이 아무리 자신의 삶에 대해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이 이러저러하게 산다며 떠들고 다니진 못할 것이다. 한 사람이 알게 되면 이내 열 사람이 알게 된다. 그 다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게 된다. 그다음에는? 절반이나마 가졌던 것들을 모두 잃게 될것이다. 알고 보면 그넘도 불쌍한 놈이다.

p333

먹을 것을 발견하게 되면 보노보는 먹이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대신 일제히 섹스를 시작한다. 섹스는 먹이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킨다. 섹스가 끝나면 먹이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보노보는 섹스를 번식과 쾌락의 목적만이 아닌 일상적인 애정의 표현으로, 또 다툼 이후에 화해의 수단으로도 사용한다. 집단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 간에 섹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p340

그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질투심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들은 폴리아모리즘을 접하지 않았다 해도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수양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질을 이미 갖춘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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