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Publish date: 2014-01-09
Tags: 시사 한국사회 취업

감상

2020.07.07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 논란 때 이책이 떠올랐다.

2020.09.06

2013년에 출판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이십대가 가진 동류 의식 하나가 존재한다. 그것은 ‘타인의 상승'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런 상승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이때 수능 점수라는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사람을 미리 재단하는 건 타인을 배제하는 전략으로서 너무나도 자연스런 전략이다.

이들은 동년배의 공격성이 가차없다는 걸 알기에, 일단 자신이 멸시적 대상이 될 가능성을 먼저 차단하는데 익숙하다. “수능시험을 망쳤다"는 자기방어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이십대 대학생들에게 ‘수능점수'는 이런 부동산 가격과 흡사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서열의 기준이 마련된다. 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수능배치표에서 정확히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 서열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날라치면, 대학생들은 자기 ‘위치 값'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친다. 집값 하락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주민들처럼 말이다.

저런 성향이 저 세대에서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라고 본다. ‘수능 시험을 망쳤다'는 말은 20여년전에 내 친구들 사이에서도 흔하게 들렸다. 졸업 후에도 나온 대학 이름이 인정받기를 기대하는 친구도 흔히 보인다. 수치화된 점수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은 세대를 초월해서 많다. 측정하기 쉬운 것은 자주 과대평가 된다.

그렇지만 근래 세대가 시험 점수 숭배에서 못 벗어나거나 오히려 과거보다 심해지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있을 것 같다. 20여년보다는 입시와 취업에서 고려되는 요소들이 시험 점수 외의 다른 것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래서 다른 요소들과 비교해서 시험점수의 가치를 평가하게 되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형에서는 내신 성적이 중요해서 방황이 허용되지 않는 입시제도도 한 몫하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일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도 더 치열하고 삭막해진 분위기다.

기업의 채용 기준과 제도도 앞으로의 세대의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채용 과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무거워져야할 것 같다.

인상 깊은 단락

18쪽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왜 이렇게 고생을 합니까?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입사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 것 같습니다.”

33쪽

모두가 이 자기계발의 수행에 동참하면 그 어마어마한 참여자들 덕택에 성공하는 ‘하나의’ 사례는 또 발견될 것이고, 이는 ‘가능성'의 객관적 증거로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희박한 성공의 가능성이 표면화될 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수천수만의 사례는 ‘노력 부족'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정리 처분된다. 이렇게 좌절하는 자아가 많아질수록 자기 계발서 시장은 더 커진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노골적으로 말해,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는 건 ‘낚였다!‘의 다른 말인 것이다.

79쪽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의 공동저자도 그렇다. (참고로 이 책은 ‘환경 탓하지 말라!‘는 결론을 내는 매우 독특한 책이다.)

93쪽

고통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기존의 편견이 더 강화된다. 기실 ‘공감'이란 단지 함께 느낀다는 점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한 개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권장된다. 그래서 타인의 상황을 깊게 넓게 이해할수록 당연히 타인을 섣불리 이렇다 저렇다 재단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로 이렇게 되는 걸 일컬어 ‘공감대가 넓다'고 하지 않는가

97쪽

경쟁이 내면화된 세상에서 개인의 공동체의식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사회학자로서 별 문제없이 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는 이를 학문적 경향으로 이해해줄 수 없다는 이들이 적잖다.

116쪽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간접 경험을 통해 받아들인 ‘신념'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확증하려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종종 넘는다는 것이다.

117쪽

그러면서도 “우리보다 서열이 많이 낮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수업의 퀄리티를 결정할 수 있는 학생들의 참여도, 발표수준 등이 디를 거라'고 추정 한다

121쪽

여러 사회학자들이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내용들이 과거 산업사회의 ‘전사형’ 모델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 모델은 예컨대 ‘수출 100만 불 달성'을 위해서라면 ‘작업 중 화장실 좀 덜 가기 위해 식사 때 국을 먹지 말자!‘는 식의 논의를 정당한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

125쪽

하지만 대다수 이십대가 가진 동류 의식 하나가 존재한다. 그것은 ‘타인의 상승'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런 상승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이때 수능 점수라는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사람을 미리 재단하는 건 타인을 배제하는 전략으로서 너무나도 자연스런 전략이다.

이들은 동년배의 공격성이 가차없다는 걸 알기에, 일단 자신이 멸시적 대상이 될 가능성을 먼저 차단하는데 익숙하다. “수능시험을 망쳤다"는 자기방어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136쪽

… 흑인들 혹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범죄율이 높다는 사실에 근거해, 그들을 애초부터 범죄자 취급하고 별다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들은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것이 바로 자기실현적 예언의 위력이다.

145쪽

.. 하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선의의 이 행동은 다음의 피대븍으로 종료된다. “당신은 동네 이름을 공개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몰라? 안 그래도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데 말이야”

146쪽

이십대 대학생들에게 ‘수능점수'는 이런 부동산 가격과 흡사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서열의 기준이 마련된다. 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수능배치표에서 정확히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 서열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날라치면, 대학생들은 자기 ‘위치 값'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친다. 집값 하락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주민들처럼 말이다.

159쪽

과잠바 이야기

164쪽

사회적 차별이 강한 나라일수록 명품에 대한 집착이 과도하게 나타난다. 값비싼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면 최소한 경제적 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오는 무시는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191쪽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세상에 맞춰 나를 바꾸는게 훨씬 효율적이고 이득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게 하나 있다. 인류는 세상을 바꾸면서 진보해왔다는 점을.

197쪽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솔직한 책이다. 저자의 고민과 제자들의 고민이 잘 녹이 있다. 그런데 이를 어찌하랴. 그것은 잘나가는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인 것을. 저자는 서른네 살에 서울 대학교 교수가 되느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었음을 아주 ‘진지하게’ 맑힌다. 교수가 된 그를 찾아오는 제자들은 UN 기구에서 일을 하니 마니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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