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특강

Publish date: 2015-04-18
Tags: 글쓰기 유시민

인상 깊은 단락

35쪽

축구는 즐겁게 놀려고 하는 운동일 뿐이다. 그냥 즐기면 된다. 스포츠를 이용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것은 불합리하고 촌스러운 짓이다. .. 논증의 마학이 살아 있는 글을 쓰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하며 논의의 오류를 명확하게 지적해야한다. 글렇게 하다 보면미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논증의 미학을 애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쪽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끄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112쪽

독자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뜻과 느낌이지 원서의 문장구조가 아니다. 문장구조를 그대로 둠으로써 원문의 뜻과 느낌을 그대로 전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거나 오해일 뿐이다. 번역서든 아니든, 우리말 책은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써야한다.

139쪽

항소 이유서를 쓰던 시절에 토지 1,2부를 다섯번 읽었던 이야기

187쪽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193쪽

‘보여지다’,‘되어지다’,‘키워지다’,‘다뤄지다’,보여지다’, ‘두어지다’, ‘보아지다’ 같은 것은 글뿐만 아니라 방송에도 출몰한다. 타동사를 피동형으로 쓰는 것만으로 모자라는지 자동사까지 억지로 피동형으로 만들어 쓴 문장은 우리말이라고 할수가 없다.

서양말의 완료시제와 복수형 어미 남용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말은 완료시제가 없다. 그런 것이 없어도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현재완료니 과거완료니 하는 서양말 문법은 서양말을 할때만 쓰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제 어머니를 만났었다'거나 ‘고향을 방문했었다'는 식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199쪽

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르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단문이 된다.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고 한다.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게 좋다.

207쪽

아무리 어려운 텍스트라도 문맥을 파악하면 그런대로 독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 신묘한 독해력을 요구하는 글은 잘 쓴 글이 아니다. 맥락을 잘 모른 채 텍스트를 읽어도 뜻을 아는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써야 한다.

212쪽

그런데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되었다고도 하기 어려운 표현이 있다. 그런 말은 뜻을 전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널리 쓰인다. 너도나도 쓰다면 그게 좋은 표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돈과 권력이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보고는 마치 품위있고 고급스러운 문장인 것처럼 오해하기도 한다. (현법재판소 결정문 사례)

 230쪽

키가 자라고 몸이 커지고 정신이 성장하면 예전에 이던 옷이 작아지고 예전에 하던 놀이가 유치해 보이는 것처럼, 글이 늘면 석 달 전에 쓴 글이 유치하고 서툴고 엉성해 보인다.

237쪽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하고 특별한 경우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뜻과 느낌을 강하고 확실하게 깊게 전하려면 복문을 써야 한다는 판단이 들때만 복문을 쓰는 것이다. .. 굳이 없어도 좋은 접속사는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단문으로 글ㅇ르 이어 나갈 때 문장 사이에 매번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  ‘그렇지만’ 같은접속사를 넣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문장을 뜻을 담고 있다. 그 뜻이 자연스럽게 어어지면 접속사가 없어도 된다. 단문으 기본으로쓰고 불필요한 접속사르 생략하기만 해도 글을 조금은 압축할 수 있다.

242쪽

하지만 논리 글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화려함과 기교가 아니라 뜻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문장의 힘과 효율성이다.

264쪽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면 쓰고 싶어 쓰는 글도 잘 쓸 수 있으며 그 역도 성립힌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느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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