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파랑

Publish date: 2024-06-08
Tags: 소설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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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2024.08.15

ChatGPT가 출시된 2020년 이전인, 2019년에 쓰여진 쓰여진 소설이다. 주인공 로봇 콜리가 경량화된 인공지능 모델임을 감안해도 지금 2024년의 인공지능은 이 소설 안의 2035년보다 앞서 있다. 이 소설 속의 소프트웨어는 SF적이지 않다.

(여기서부터 결말이 살짝 노출됨) 주인공 로봇 콜리의 마지막 선택도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말이 더 희소한 자원인 미래에서는 로봇보다 말을 우선히하는 의사결정 기준이 충분히 ‘기수’ 로봇에는 기본 설계되거나 학습될만하다. 기수용 로봇에 범용 인용 지능 모델이 잘 못 들어가서 생긴 사건임을 감안해도 기수 훈련 과정을 거치면서 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하는 가중치가 강화되었다고 보면 개연성이 있다.

오히려 이 소설 속의 로봇의 하드웨어가 더 SF스럽다. 이 분야는 아는 것이 적어서 조심스러운 의견이지만 지난 10년동안의 하드웨어 발전을 돌아본다면 2035년까지 사람과 유사하게 유연한 운동 능력을 가진 로봇이 널리 보급된다면 놀라운 일이다. 하드웨어나 그 생산과정에 대한 설정도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의 유통이 강력하게 통제된다고 나오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로봇 청소기 등 지금도 다양한 똑똑한 전제제품들이 있고 거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소설 속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유압 모터, 카본이나 알리미늄 프레임 등 일반적인 기계 부품이 쓰이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부품 유통이 엄격히 통제된다고 하면서도 어느 대학원생이 떨어뜨린 칩이 복도에 쌓아둔 칩 상자에 들어가서 의도하지 않은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었다는 설정도 정교하지 못하다. 칩으로 핵심 AI 모델을 갈아끼울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게 설계되어 있고, 인간 수준 이상의 동작을 하는 로봇이라면 컴퓨팅 파워나 저장 공간도 충분히 커야할 것 같은데, AI가 쓸수 있는 단어가 1000개라는 점도 좀 작위적이다. 대학원생이 연구용으로 일부러 단어 수를 제약해서 해서 만들었다던가, 기수용 로봇이라서 풍부한 소통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기기 수준에서 통제가 걸려있다는 설정 같은것이 있다면 모를까..

몇가지 설정이 걸리긴했지만 이 소설의 도입부이자 결말의 사건은 생각해볼 거리가 많다. 인간 본성이라는 정신 모델에서 사람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중치는 어떻게 진화되어 왔고 사회 시스템은 어떤 기준을 학습시켜 왔는지 등 사회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SF 소설이다.

인상 깊은 단락

p25

말의 털이나 살이 맞닿는 감촉을 콜리는 느낄 수 없지만 굴곡만 따져보았을 때, 오래도록 안장을 얹고 다닌 진화의 흔적 때문인지 투데이의 등은 평평해서 제법 안정적이었다.

p79

인생의 밑바닥에서 만난 사람은 편안했다.

p205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p354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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