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올리브
책 정보 · YES24

감상

2026-10-18

이 소설에는 SF와는 안 어울릴 법한 종교와 신에 대한 내용이 많다. 생각해보니 ‘영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데 연관성이 큰 주제이기도 하다. 기존의 종교가 사람 외의 지능을 어떤 의미로 인정할지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AI가 사람의 지능을 기능적으로는 압도하면서 여러 근본적인 질문들을 요즘 자주 떠올린다.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복제 불가능한 유일함, 죽음으로 인한 유한함이 사람을 정의하는 필수 요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유일하고 유한하기에 우리가 여러 감정을 가질 수 있었구나 싶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느끼는 ‘사람다움’의 정도가 친구나 가족에게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는 이유도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마인드 업로딩이 보편화되면 인간의 유일성과 유한성이 사라지는데, 그때 가면 인간을 어떻게 또 정의해야 할까. 다행히 이 기술은 아직 보편화되려면 몇십 년에서 몇백 년이 남아있다고 하니 나중에 생각해도 될 거 같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SF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에 그 시기가 더 빨리 올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인상 깊은 단락

p101

지적해야 할 문제, 부당한 현상,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일을 폭풍 한가운데로 끌고 올 때 분노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p241

세상은 너무 넓고 한 사람의 마음도 세상만큼 넓어서, 작은 인간의 영혼은 그 안에서조차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하다고.

p306

이 지극한 재현 불가능성이 영혼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란 말인가?

p357

“… 하지만 우리는 이 체계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크고 초월적인 존재를 사랑하는 거예요.”

“… 준은 자신의 영혼을 믿었고, 기도하는 존재였다고. 그렇죠?”

“그렇다면 나는, 나라면 …… 내가 믿는 신의 자비에 기대어, 준의 영혼을 믿겠어요.”

p360

그러나 사람의 뇌에는 수만 년 동안 새겨진 강력한 인지 편향이 있다. 위험한 것에 먼저 반응하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범주화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인 개체들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다.

p384

가끔 이레는 그 아이가 자라지 못한 채 자신과 엄마의 마음속에 붙박여버린, 이길 수 없는 동생 같았다.

p391

작가의 말

계산과 기억이 분리되어 있는 현재의 컴퓨터에는 의식이 깃들 수 없지만, 뇌의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터이자 계산과 기억이 동일한 물리 요소에서 일어나는 컴퓨터에는 의식이 깃들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의식이라는 것이 계산만으로는 구현될 수 없고, ‘축축한 뇌’ 혹은 그에 준하는 물리적이거나 생물학적인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중략) 그렇지만 재현될 수 없다는 제약, 물질과 시간에 붙들려 있다는 그 제약이 바로 의식이라는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은 나를 이 소설로 이끌 만큼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