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Publish date: 2013-12-15Tags: 소설
(이미지 출처: http://www.yes24.com/24/Goods/5206784?Acode=101 )
감상
2013.10.14
아내가 주문한 책인데, 무심코 집어 들고 몇쪽을 읽다가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독자를 흡입하는 힘이 강한 소설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크게 두 부류이다. 한 종류는 ‘닥터후'처럼, 아예 황당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류. 다른 쪽은 ‘4월 이야기'처럼, 그냥 내 주변에서 있었을듯한 밋밋한 일상을 약간 무덤덤하게 그려서 감정을 크게 강요하지 않는 이야기.. 아예 대놓고 황당하던가, 아니면 내 주변 이야기 같아서 공감이 깊이 가거나.. 주인공이 ‘불치병'을 앓는 이야기는 앞의 두 부류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를 키울 때의 뿌듯함과 안타까움,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외면에 자신 없는 사람의 내면에 담긴 자존감 등 친숙한 감정들에 공감이 갔기 때문인듯. 조숙한 소년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정갈한 언어로 전달했다.
인상 깊은 부분
p69 ~ 70
“엄마, 엄마도 큰오빠 낳고 이렇게 예뻤어?”
어머니는 강보에 싼 나를 어르며 외할머니께 물었다.
“그럼, 낳아서 세살까지는 오줌 질질싸도록 예뻤지.”
“세살? 왜 세살이야?”
“그뒤로는 말 안 듣거든.”
물론 그 때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말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다. 말 안 듣는다, 그게 얼마나 부모를 미치고 펄쩍뛰게 하는지. 천사 같던 아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몇 안되는 어휘로 종알종알 대들때는 어찌나 얄밉도록 논리적인지. 기억력은 왜그리 좋고, 눈치는 또 어찌 그리 빠른지, 그런 것들을 어미니는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과 고래고래 악을 쓰며 싸우는건 그들이 나쁜 성격을 타고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p78
그 속에는 이제 막 한 존재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의 피로와 슬픔, 그리고 자부가 묘하게 얽혀있었다.
‘그런 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고민하다 ‘그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부모의 얼굴이라 부른다'라는 문장을 이어 붙였다.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건 아니라고.
p79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 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 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거다.
p171 ~ 172
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였어요. … 근데 그 순간 그 애들이 무지무지 부러운 거예요. 그 애들의 실패가.
comments powered by Disqus..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보고. 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실패해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